터키 구워보셨나요?

  

연로하신 어른 한 분이 터키 한 마리를 어느 단체에서 받아가지고 와서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냉동실에는 작년에 받은 터키가 있어서 꺼내고 그 자리에 새로 받은 터키를 넣었습니다.

 

음식이라 버리지도 못하고, 조리해 먹지도 못하고, 누굴 준다고 해도 가져가겠다는 사람 없고, 묵은 터키는 할 수 없이 겹겹이 싸서 버리고, 냉동실 반 이상을 차지하는 터키 한 마리를 새것을 갈아 넣었습니다.

 

터키 구워보셨습니까?

교회에서도 구워본 사람이나 굽는다는 터키는 터키 한 마리만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걸 구우려면 오븐 백을 사고, 안에 넣을 스토핑도 사든 만들든 해야하고, 무게는 아무리 가벼워도 10파운드 훌쩍 넘고, 서너시간은 족히 그릴에 붙어 서서 마르지 않고 잘 구워지도록 이리 저리 국물도 뿌려주고, 어떤 이들은 오렌지 잔뜩 잘라서 덮어주고.... 그레이비 소스 만들어야 하고, 갖추려면 크렌베리 자를 것도 필요하고....

 

솔직하게 해 놓고 나면, 별 맛도 없고, 닭고기만도 못한 것이 양은 많아서 여러 사람 있어야 해먹을 수 있는 게 터키입니다.

 

아는 분들 중에 터키 굽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필요하면 보스턴 마켓 같은데서 2, 3파운드 사다가 먹기도 하고, 심지어 꼭 필요하면 7, 80불 주고 아예 조리된 터키를 한 마리 삽니다.

 

그 터키를 해마다 “사랑의 터키”로 이름 붙여서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나눕니다. 형편 어려운 분들이 터키 한 마리 받아가면 돈 들고, 시간 들고, 힘듭니다..

 

그 터키를 사랑으로 나누어 주는 건 좋지만, 정말 사랑입니까? 사랑의 터키 나누어 준다고 터키 들고 웃으며 사진 찍는 분들 중에 터키 직접 구워본 분들은 얼마나 되는 지 궁금하고, 터키 받아가는 분들 형편은 잘 아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랑의 터키를 받는 분들 중에는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다가 요긴하게 잘 쓰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겁니다. 잘 요리해서 풍성하고 감사한 추수감사절을 보내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아무거나 나누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이티 고아원에 갈 때 쌀만 사지 않습니다. 쌀만 있다고 밥 먹습니까? 식용유에, 스파게티에, 소스에, 검은 콩에, 설탕에..... 먹는 일에 필요한 겁니다.

 

사랑의 터키 나누지 말고, 닭 한 마리라도 따뜻하게 드리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손쉽게 그래서 더 기쁜 마음으로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사랑의 터키 나누는 것도 귀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받는 분들의 형편을 조금 더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사랑으로 섬기는 일은 쉬운 게 아닙니다. 무조건 준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진실한 사랑은 사랑의 받는 사람의 처지와 형편을 잘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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