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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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에 아이티에 갔습니다.
특별히 HIM 신학교에 재학중인 선교사 지망 신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가는 길에, 이틀을 짬을 내어
오후에 고아원 몇 곳을 들렸습니다.
가던 날은 위슬린이 있는 House of Hope과
델마에 있는 가브리엘 고아원에 들렸습니다.
쌀과 식품들을 내려놓고, 딸아이도 만나고
여전히 수선스런 가브리엘 원장 고아원도 갔습니다.
쌀도 배달하고, 과자도 나누고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도 했습니다.
다음날, 신학교 오전 강의를 마치고
고아원 세 곳을 오후에 들렸습니다.
탁 선교사님 준비해주신 식량을 트럭에 싣고
일행은 버스를 타고 먼저 가가데 천막촌의
천막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공사중인 길 곳곳을 피해서 언덕을 오르고 올라
시내에 남겨진 천막촌에 있는 천막교회는
이제 많은 한인교회들의 도움으로
천막을 걷고 벽을 쌓고, 바닥을 다지고
예배당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여름부터 천막촌 주택 짓기 예산중에서
이곳 담임목사님 사택도 교회에 붙여 지었습니다.
천막촌이지만, 깨끗하게 살아보려는
의지가 가득 담긴 몇 집을 방문하고
아이티의 소망을 마음 속으로 빌고 빌었습니다.
브니엘 고아원에 도착했을 때
식량 트럭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쌀을 내리며 아이들을 만나러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늘 그렇듯이 아무것도 없는 책상에
빙 둘러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달리 아이들이 엎드려 있거나
졸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큰 아이들이 기운이 없어 보였습니다.
분명 먹지 못한 탓입니다.
과자를 나눠주고, 탁 선교사님 준비하신
성탄 과자 선물 세트를 나눠주고
기도를 해도 아이들은 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소리 내지 않는 아이들 가슴 속으로
눈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과자 한 두 개씩 뜯어 먹고는
원장이 다 거두어갔습니다.
나중에 밥 먹고 먹어야 한다고......
속상했지만, 그럼 그래야지 하고 말았습니다.
교육에는 점점 더 신경을 쓰는 듯한데
그것도 전시용인지도 모릅니다.
쌀을 아무리 공급해도 아이들이 넉넉히
배부르게 먹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공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밑빠진 독에 물붓는 일입니다, 이 일이.
샬롬 고아원에는 쟌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반갑게 포옹하고 서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여기도 사정이 예전만 못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름 한 철, 무슨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와 시끌벅적하다가
겨울이 되면 (아이티는 여전히 덥지만) 모두 잊고서
찾아오는 이 없습니다.
우리가 매년 5월과 11월에도 방문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쌀과 식량을 내려놓고, 쟌 목사가 억지로 정말 억지로
아이들과 찬양을 여러 번 하고서
우리는 바로 옆 골목에 있는 36 러브 고아원으로 갔습니다.
자신이 고아 출신인 처녀 원장이
아이들 스무명 남짓을 돌보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지지직 끓고 있는 TV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축구 프로그램인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애들이 뭘 안다고... 그래도 TV를 보는 모습을
정말 흔하지 않게 보았습니다.
쌀과 식량을 내려놓고,
동행하신 류정환 장로님 내외분께서 탁 선교사님과 함께
산타가 되어 일일이 과자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뒷 마당에 갔더니 닭고기를 볶고 있었습니다.
작은 닭 반 마리쯤 되는 모양인데
숯불 화로에 물을 자작하니 붓고 볶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 아이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닭국물 냄새가 밴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운이 좋으면 새끼 손가락만한 닭고기 조각이라도
들어갈지 모릅니다.
그리고 샬롬 고아원 쟌 목사가 개척한 교회에 들렸습니다.
넓지는 않지만, 교회 터를 사고, 함석 스레트로
얼기설기 지붕과 벽을 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벽을 세우고, 바닥에 시멘트 작업을 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탁 선교사님께 말씀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모른 척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 하시겠죠.
돌아오는 길에 내내 브니엘과 샬롬의 아이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뭘해도 기운이 없는 건 분명 못먹어서입니다.
아이티 고아들은 절대 울지 않습니다.
울 기운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오늘 방문한 세 고아원 아이들이
마당에서 들고 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 두 끼, 쌀 있으면 밥 먹고, 스파게티 있으면 그거 먹고
그도 없으면 죽 한 그릇 먹고 하루를 버티다가
저녁에 운 좋아 어디서 뭐라도 들어오면 밥 한 그릇 먹고
아무것도 없으면 물만 마시고 잡니다.
2월에 다시 아이티 고아원에 갈 준비를 하면서
고아원 아이들 마음 속으로 흐르는 눈물이
강물처럼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와 흐르는 것을 느낍니다.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이번에 가면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을 사 먹이려고 합니다.
쌀도 가져다 주겠지만, 내 눈으로 배불리 먹는 걸 보고 싶습니다.
쌀밥 한 번 원 없이 먹여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눈물이 멈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12월에 다녀왔는데, 꼭 한 달 지났는데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를 않습니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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