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1 22:46
집 뒷마당에 심은 나무를 담쟁이덩굴이 감아 쌌습니다. 잎이 뾰족한 사철나무인데 담쟁이덩굴이 아이 손만한 잎으로 감싼 것이 보기가 좋았습니다. 초록에 초록을 덮었는데 색이 다르고 느낌도 달랐습니다.
키 큰 나무에도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 나무가 더 푸른 듯했습니다.
그렇게 한 철이 지난 후에 겨울이 오면서 알았습니다. 담쟁이덩굴이 감쌌던 나무들이 다 죽었습니다. 사철나무도 누렇게 죽어 봄이 되어도 살지 못했습니다.
키가 큰 나무도 바짝 말라 고목이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봄을 보내는데 문득 죽은 줄 알았던 큰 나무에 잎이 달렸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자세히 보니 담쟁이덩굴이었습니다. 화도 나고 기막히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얼른 나무 자르는 가위를 찾아들고 뒷마당에 가서 담쟁이덩굴 가지들을 찾아 밑동부터 잘라내었습니다. 참 많기도 하고, 질기기도 합니다. 나무를 얼마나 잘 감고 돌아 올랐는지 나무 중간까지 가지를 쳐가며 잘라내는데도 한참이 걸렸고, 위에 감은 가지들은 끝내 걷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밑동을 다 잘라내고, 옆집 울타리에서 넘어온 담쟁이덩굴 가지들도 다 잘라내었으니, 당분간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눈에 띤 담쟁이덩굴은 다 제거한 것입니다.
멀리서보면 연약해 보이고 풍성해 보이고 빛나 보이는 담쟁이덩굴이 가까이 보니 질기고 억세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가운데도 담쟁이덩굴처럼 보기는 좋지만 영적으로 본질을 갉아먹는 행위들이 많습니다. 오래된 벽을 담쟁이덩굴로 덮어 풍요롭고 고풍스레 보이게 하듯이, 메마른 영성을 위장하는 종교행위들이 많이 있습니다.
믿음이 좋은 것처럼 위장하는 가운데 영성이 더욱 메말라 마침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겉치장하다 생명을 끊는 담쟁이덩굴을 걷어내고 본질을 회복하기 원합니다. 고갈되어가는 영적 목마름을 담쟁이덩굴로 덮어 위장하지 말고, 회복을 위한 결단이 있기 원합니다.
아무리 담쟁이덩굴로 풍성히 덮어도 담쟁이덩굴이 사철나무나 백향목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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