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하나님 왜 이러세요?

아이티 고아들이 잘 부르는 찬양 중에 ‘좋으신 하나님’이 있습니다. “좋으신 하나님, 좋으신 하나님, 참 좋으신 나의 하나님. 우리의 기도를 응답해주시는 참 좋으신 나의 하나님”

그런데 이 찬양을 부를 때마다 나는 눈물이 나고 속상합니다. 하나님께 화가 납니다. 배고픈 고아들의 기도는 현실적으로 응답되지 않았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선교사님 한 분이 한국에 수십 년 만에 갔다가 건강검진을 했는데 목 디스크 때문에 MRI를 찍는다는 것이 실수로 머리를 찍었다가 뇌혈관기형을 발견했습니다.

다들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라고 감사하며, 속히 수술해서 완쾌되기를 기도한답니다. 저도 기도합니다. 그런데, 나는 감사가 아니라, 원망과 불평이 먼저 나옵니다. 도대체 그렇게 헌신적으로 선교지를 섬기고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선교사에게 뇌혈관기형이 뭡니까?

의사 말로는 어떻게 이렇게 살았느냐고, 앞으로 축구도 못하고 산에도 못가고, 여행도 안 된다던데, 이렇게 산 게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감사해야죠. 그런데 저는 믿음이 형편없어서인지 도무지 그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선교사님도 사모님도 기적적인 은혜에 감사하고 계신데 저만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필립 얀시가 ‘하나님, 제게 왜 이러세요?’라는 책을 썼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질문입니다. 사라예보에 후쿠시마에, 뉴타운 샌디 훅에...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세계 각지의 아픔을 품고 필립 얀시는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고아들과 선교사님들과 여전히 배고픔 가운데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아이티 사람들과.... 그냥 그런 자질구레해 보이는 일들에 화가 나곤 합니다.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하나님, 왜 그러시는데요?”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나서 기도하는데 오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픈 사람들 곁에 너 있지 않냐”고. “나도 아픈데 같이 있다”고.

말문이 콱 막혀서 더 뭐라 말씀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나 분명히 그 아픔이, 그 고난이 끝이 아닐진대, 하나님도 아파하시는데 믿음의 입으로 뭘 더 말씀드리겠습니까?

그래도 가끔 투정처럼 “하나님 왜 이러세요?” 부르짖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