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기도만 하지 마세요

월드컵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붙었습니다. 어째 영 신통찮다고 생각도 되었지만, 나름대로 선전을 하다가 한 순간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골인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와 승은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고 난리가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골을 막지못한 러시아 골키퍼가 너무나 측은했습니다. 아, 저게 먹을 게 아닌데 먹었네... 뭐 이런 안타까운 심정이 이긴 편을 응원하는 우리에게도 느껴졌습니다.

얼마 후, 한국이 한 골을 먹었습니다. 장탄식이 이어졌습니다. 아, 정말!.. 우리 팀이 이기면 좋겠다고, 간절히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뉴저지 인근 큰 교회들이 장소를 내놓고 단체 응원도 했답니다.

월드컵을 보면서, 하나님은 이럴 때 곤란하시겠다고 다시 생각합니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모든 일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입니다. 골프를 누가 잘 쳐서 우승하면, 우승 문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승부를 내야하는 모든 일에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일등이 백 명이면 좋겠는데 일등은 늘 한 자리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럴 때 어떻게 하실까요? 한국팀 응원하며 기도하는데, 러시아 정교회에서도 단체로 기도를 한다면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기도에 응답하시기에 곤란한 일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목사님은 실력 있는 편이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답니다.

수고하고, 노력하고, 애쓰고, 정말 목숨을 걸고 연습한 사람에게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승부의 세계에는 실력과 연습만으로 결정짓지 못하는 많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정직한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공짜로, 때로는 부정으로, 때로는 뜻하지 않은 방법으로 어떤 것을 취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사람들은 실력이 아닌 것으로 얻어지는 승리를 기도 응답으로 여겨서, 기도만 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실로 바른 성취는 기도도 열심히 하고, 노력도 열심히 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것입니다. 연습 열심히 하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얻는 승리는 값진 것입니다. 거기에 기도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기도만 열심히 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실력을 닦아야 합니다. 기도하는 만큼 연습도 노력도 합시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