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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핫도그 삼백 개를 삶았습니다.
토요일이어서 트래픽이 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오늘 다섯 고아원을 방문하려 합니다.

우리는 아침 8시에 엊저녁 만든 선물 백팩 등을 
버스에 가득 싣고
탁선교사님께서는 다섯 고아원에 전할
쌀과 식용유, 설탕, 우유, 스파게티 
가루비누 등을 트럭에 실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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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를 만들고, 핫도그 삼백 개를 만들었습니다.
가다가 얼음을 사서 주스 통에 넣고
물도 더 샀습니다.

거리는 여전히 살기 어려운 풍경으로
복잡했지만 평소보다 차는 잘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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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이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첫 목적지인 호프 고아원(36가 고아원)에 
도착했습니다.


옥수수 죽 아침 식사

호프 고아원에는 특별한 선물이 있었습니다.
탁 선교사님께서 의자와 테이블을 
공장에서 튼튼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새 의자에 앉히고
서른 명이 좀 넘는 청중을 위해
아름다운 음악회를 했습니다.

앤드류가 오프닝 연주를 하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합주했습니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열렬한 환호는 없었지만
아이들은 참 열심히 집중해서 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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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워십과 댄스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프레임 만들어 사진 붙이면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아이들은
가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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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뜰 부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침 9시 30분, 아이들 아침 식사 전입니다.
부엌에는 중간 크기 솥에
노란 옥수수 죽이 끓고 있었습니다.
이 죽 한 그릇이 오늘 아침식사입니다.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과 예닐곱의 어른들이
이 죽을 한 접시씩 먹을 겁니다.
우리 때문에 아침 식사도 늦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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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가져간 핫도그로 
오늘 아침은 풍성한 은혜가 넘쳤습니다.
주는 대로 먹는 아이들
주는 대로 마시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먹이고 마시우고 또 마시게 했습니다.

가져간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내려놓은 쌀과 식품들로
잠시 풍성하고 빛나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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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맑은 아이들 머리를 만져주고
손을 꼭 힘주어 잡아주고
돌아섰습니다.

오늘은 옥수수 죽이 다 식어서
저녁으로 먹게 될지 모르지만
아침은 풍성했습니다.
하나님 은혜로 감사했습니다.



눈치 없는 방문객, 아직도 아침시간

미국에 병 치료차 간 쟌 목사님이 안 계신
샬롬 고아원은 호프 고아원에서 
걸어서 이 삼 분 거리입니다.

샬롬 고아원에 아침 열시 삼십 분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유난히 얌전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중에 물어보았더니
아침을 아직 안 먹었답니다.
스파게티로 아침을 준비하는데
저희가 마침 그 시간에 방문한 겁니다.

바디 워십만 하고 댄스는 빼고
사진도 빼고, 핫도그를 날라다 나누었습니다.
덩치 좀 있는 아이들은 두 개도 주고
먹을 수 있는 만큼, 나눌 수 있는 만큼
그렇게 나누었습니다.

두 고아원에서 나눈 핫도그가
이백 개 정도 되었습니다.
줄 수 있을 만큼 주고 싶었습니다.

쌀과 식품들 쌓아놓고 원장 사모님과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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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보꾸”를 연발하며 헤어졌습니다.



작아졌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브니엘 고아원은 지난 봄에 
렌트비 문제로 마당이 좁은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래도 원장은 여전히 씩씩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얌전하고 밝았습니다.
쌀을 내리고, 스파게티에 설탕 등 
가져간 식품을 트럭에서 내리고
덩치 큰 원장과 아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호응이 제일 컸던 음악회를 했습니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아이들이 합창을 했습니다.

음악회도 신났고,
사진 프레임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핫도그를 두 군데 고아원에서
너무 많이 나누는 바람에
간신히 하나씩 나누어 먹게 하고
주스를 열심히 나누어 주었습니다.

축구공은 누구나 대 환영입니다.
원장에게 축구공 두 개를 선물로 주고
낮 열두 시간 넘어서 오아시스 고아원으로
비포장 도로를 사십 분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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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가 넘쳐 옷을 적셔도 먹을 수만 있다면

이곳도 오아시스 38번지에서 이사해서
따바지역 미국 대사관 근처 큰 학교 부지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한 살 안팎의 아이들이 
큰 방 구석에 얌전하게 모여 앉았습니다.
아이티 고아들은 대개 얌전합니다.
특별히 뛸 일도 없고, 뛸 힘도 없고
뛰어서 기운 뺄 일도 없어서 그렇습니다.

우는 아이도 있지만, 한창 응석부릴
한 살도 안 된 아이들도
아주 얌전한 자세로 앉아 있습니다.

음악회도, 댄스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사진만 찍어주고, 프레임도 안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유식할 나이 간신히 지났을 
아기들에게 핫도그와 주스를 먹입니다.

아이들이 손으로 들고 못먹어
케첩 묻힌 빵과 핫도그를 
입에 들어갈 만큼 떼어서 먹였습니다.
주스는 마셔도 마셔도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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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렌트비 육천 불에 
이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학교 하던 자리라는데 9월부터
또 건물 한쪽에서는 학교를 한답니다.

쌀 가져다주고, 식용유에 분유에
설탕 가루비누를 가져다주었는데
불을 땔 숯이 없답니다.

숯이 없어 밥을 못 짓는 답니다.
프로판 가스를 쓰는 레인지는 있어서
탁 선교사님께서 프로판 가스 큰 통을
한 통 사주셨습니다.

따바 미국 대사관 옆에 있는 벨마트에는
델리 가 있습니다.
한시 반이 다 되어 팀도 조금씩 지치고
배고픈 시간이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피자 두 판과 샌드위치를 시키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샌달 한 켤레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점심 후, 오늘 마지막 고아원인 
가브리엘 고아원으로 향했습니다.
요즘은 고아원들이 거처를 많이 옮깁니다.
렌트비 때문에 더 비좁고 험한 곳으로
좀 더 교육적인 곳으로
때로는 조금 더 깨끗한 곳으로 
그렇게 옮겼습니다.

가브리엘 고아원도 델마 이십 몇 가 인가에 있다가
델마 33번지 골목길로 이사했습니다.
예전과 다름없이 좁고 컴컴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깨끗해졌습니다.

가브리엘 원장의 호들갑스러운 환영을 받으며
가파른 계단으로 쌀을 나르고
좁은 방에 아이들을 디귿자로 앉히고 
마지막 음악회를 했습니다.

한 곡씩 끝날 때마다
가브리엘 원장과 아이들을 요란한 환호를 받으며
그렇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아이들은 사진 붙인 프레임을 흔들어대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학용품이 든 백팩을 나누어 주고
샌달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샌달을 신겨줄 때 신발이 없던 아이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뛰었습니다.
함박웃음을 지며 무엇보다 기뻐했습니다.

흔하디흔하고 싼 것입니다.
너무 싼 것이어서 오히려 구하기 힘든
그런 샌달 하나가 아이에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맨발로 지내며 말은 못하고
마음에 상처도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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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달 하나가 어쩌면 이 아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 하나를 선물했을지 모릅니다.
가벼운 프라스틱 샌달이지만
그것으로 삶에 자신감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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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팀 모두에게
상으로 별을 하나씩 달아주고 싶습니다.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쌀을 나르고 
끝까지 함께 다닌 탁 선교사님 공장의
트럭 운전하는 기사와 직원들에게도
사랑의 허그를 해주고 싶습니다.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우리를 위해
함께 해주신 탁 선교사님과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로사 선교사님께 
사랑의 큰 빚을 또 졌습니다.
더구나 로사 선교사님은 우리 팀의 
기타 하드 케이스를 사주셨네요.

다섯 개 고아원을 하루에 마쳤습니다.
대충하지 않았습니다.
잘 만져주고 안아주고 사랑했습니다.
보내주신 여러분 덕입니다.
저녁 Devotion 시간에 
우리는 서로를 칭찬했습니다.
오늘 만난 고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내일은 주일입니다.
아이티연합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아이티 꽃동네로 할아버지 할머니 이백오십 분을 만나러 갑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하실지
그냥 또 기대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비드를 만들고 
선물을 찾고 보따리를 싸면서
곳곳에 만져주고 나누어야 할 
수많은 아이티 사람들을 생각하며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이티에서 샌달 하나 때문에
감사의 눈물을 흘린
조항석 목사 드림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