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일용할 양식의 통로

2014.08.02 23:12

admin 조회 수:2584

신학생 담임전도사 시절 / 눈은 온통 땅 위에 쌓이고 / 쌀은 떨어지고 나무도 다땠다. // 저녁밥을 굶고 나니 / 첫 아이 갖고 배부른 아내가 가엾고, / 왠지 무능한 사람같아 서글퍼졌다. // 40일도 금식한다던데 / 눈 오고 날씨 찬데 / 돈 꾸러 갈 수도 없고 / 그렇다고 결혼반지 팔아 / 쌀 팔아 먹을 수도 없고, / 한끼 굶자 신앙으로 합의하고 누웠다. // 밤 10시 다되가는데 / 계시받고 온 사람처럼 / 집사님, 쌀 한 말과 나무 가지고 와서 / 부엌에다 놓고 간다. / 늦은 밤 저녁상 앞에 놓고 감사 기도하다가 / "우리에게 오늘도 일용할 / 양식을 주시오니 감사하나이다"하는 / 대목에서 나는 울었다. / 예수 믿는 날 부터 / 수천 번을 주기도를 외웠으나 /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산제일교회 고훈 목사님이 쓰신 목회일기라는 시 중 한 편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가 이처럼 절절히 가슴에 와 닿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매일 먹는 밥을 앞에 두고 기도합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을 주신 데 대한 깊은 감사는 간 곳 없고, 사실은 얼마간 형식적입니다.

형식적인 기도를 드리며 밥을 먹다가 자주  아이티를 생각합니다. 아무리 가득 담아줘도 그 밥 다 먹고 손가락을 빠는 고아들을 생각합니다. 하루에 두 끼, 밥 있으면 밥 먹고, 스파게티 있으면 그것 먹고, 모자라면 나눠 먹고, 그러다 아무것도 없으면 물만 마시고 하루를 넘기기도 합니다.

일용할 양식은 매일 매일 채워주셔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자주 아이티를 잊으시는 건 아닌지 모릅니다. 어디는 너무 먹어 살 빼려고 안 먹는다는데 어디는 너무 없어 습관처럼 배를 곯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불평이 일지만, 그 안에 또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방식으로 일하신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을 따라 가다 보면, 일용할 양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고, 누군가를 통로로 쓰시는 하나님을 만납니다.

아이티 고아들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우리가 일용할 양식의 통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여전히 절대적으로 빈곤하여서, 식사 기도에 목메지만, 늦은 밤 고훈 전도사 부엌에 쌀과 나무 놓고 간 집사님처럼, 일용할 양식의 통로가 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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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다 또 목이 멥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