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세월이 독이 되는 사회, 악이 되는 교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지 4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생중계로 눈 앞에서 삼백여명의 승객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국적인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온국민이 함께 울었습니다. 함께 분노하며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국화 한 송이에 눈물을 뿌리며 분향을 했습니다.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 보인 듯했고, 모두가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천금보다 귀한 자식을 차디찬 바다에 수장한 부모의 마음으로 온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일이 넘어가면서 세상은 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마음이 맞지 않았습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유족들이 깊은 상처에 다시 침몰했습니다.

한마음으로 뭉쳤던 기억도 잠시였습니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 그어졌던 금이 사회 곳곳으로 번져나가면서 갈라지고 갈라섰습니다. 유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이만하면 됐다고 서서히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사이에 금이 그어져 앉는 자리, 내는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세월이 약이 된다더니, 세월이 독이 되어갑니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원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다 잊을 겁니다. 잊혀질 겁니다.

이번 기회에 나라가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지고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세월이 독이 되어 세월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함께 손잡고 울던 이들이 등을 돌리고, 서로 해도 너무 한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습니다.

세상만 그런게 아닙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한마음으로 한 교회를 섬기던 이들이 등을 돌리고 앉아서 원수가 됩니다. 정말 타인보다 더 먼 타인이 됩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인데,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갈가리 찢겨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 잊혀질 겁니다. 그게 독입니다. 약이 아닙니다. 화해하지 못하고 함께였던 처음처럼 되지 못하는 것이 독입니다.

세월호에 세월이 독이 되고, 갈라진 믿음의 형제들에게 세월이 악이 됩니다. 하나가 되어도 부족한데, 주님 오실 때는 다 되어 가는데 ....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