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내 탓이라고 해봤나?

2014.09.06 15:14

admin 조회 수:1425

세상이 온통 손가락질뿐입니다. 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배가 가라앉은 것도 대통령 때문이라고 하고, 배 그렇게 만들도록 해준 게 옛날 대통령 때라고 합니다.

 

왼쪽 때문이라고 하고, 오른쪽 탓이라고 합니다. 종교지도자들도 나서서 너희들 탓이니까 서로 참으라고 합니다.

 

내가 그랬다고 하지 않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노라고 누구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영화 한 편 보고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운운하지만 그건 이순신 장군 이야기이고 현실 속의 내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낸 송월주 스님은 기도 많이들 했으니까, 불교 믿는 사람은 극락 갔고, 기독교 믿는 사람은 천국 갔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아무튼 그러면 끝이라는 겁니까?

 

가슴을 치고, 옷을 찢으며, 머리에 재를 뿌리며 금식을 선포하고 회개하던 일은 말씀으로 읽지만, 단식하고 노란 깃발 들고 내가 잘못했다고 안하고 너 때문에 그랬다고, 네 탓을 인정하라고 악을 씁니다.

 

생때같은 자식을 눈앞에서 수장시켰는데 시신도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해경 탓이라고, 장관 탓이라고, 국회의원 탓이라고, 비서실장 때문에 그렇다고, 대통령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편을 갈라서 너희가 잘못해서 그런 거지, 우리 때문은 아니라고 할 때마다, 우리는 누구인지, 우리는 뭐하는 집단인지, 너희는 어느 나라인지 그냥 답답하고 울렁거립니다.

 

답답한 마음에 댓글을 잘못 달면 집중포화를 견디기 힘들고, 말 한 마디 잘못 거들면 너도 그 편이라고, 네 탓이라고 멱살잡이라도 할 양 들이받습니다.

 

조절이 안 되는 천박함과 분노의 끝자락은 언제나 입니다.

아이들이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부모들은 다 정부 탓이라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나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내 탓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종교 지도자들도 금식하며 자신을 탓하며 회개하기보다 단식으로 겁박하고 내가 굶어죽나 네가 항복하나 죽기 살기로 해보자고 합니다.

 

내 탓이라고 하면 안 되나요? 내 탓이라고 해봤나요? 나도 책임이 있다고 하면 지는 겁니까? 정말 책임이 없습니까? 책임 있는 자리에 없었다고 이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가요? 사회 모두의, 나라 모두의 책임 아닙니까? 어느 편이신가요?

 

쓰다 보니까 내 탓인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조항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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