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빈 자리가 있으세요?

2014.09.13 21:11

admin 조회 수:1465

살기가 점점 더 팍팍해집니다. 신문에서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주변에서는 여전히 사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들 합니다. 정치적으로는 어수선하고 타협이나 협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전 세계가 여전히 분쟁을 겪으며 곳곳에서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이념적으로, 환경으로, 여러모로 사는 일이 힘들다고 느끼게 되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집니다. 마음의 여유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선선히 나누는 삶을 우리에게 허락하는데 사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여유는 사치에 가까운 뜻이 되고 맙니다. 

사는 일이 바쁘고 힘들다보니까 가을이 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갑니다. 비가 내려도 반가운 줄 모르고, 날씨가 화창해도 기분이 좋은 줄 모릅니다. 그렇게 살면서 점점 내 안에 빈자리가 줄어들고 있음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나와 다른 이들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이 성도의 삶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빈 자리를 만들어 나와 다른 생각이나 문화를 가진 이들을 곁에 앉히고 함께 하는 삶이 예수를 닮는 삶입니다.

마음속에 빈자리를 남기는 사람은 다른 이들의 아픔도 함께 합니다. 평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그 생각을 들어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즐거워하는 자와 함께 즐거워하는 것을 넘어서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사람이라도 안아줄 수 있고, 내 곁 빈자리에 원수라도 앉힐 수 있는 사람입니다 .

그러면서 빈자리를 채워가는 사람입니다. 전혀 다른 모습의 사랑으로, 감사로, 기쁨으로 채워가는 사람입니다. 

자꾸 마음의 빈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는 일이 벅차다고 여기면서 불평이 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가벼운 조크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점점 마음이 강퍅해지고 영혼이 황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만물이 결실을 앞둔 계절입니다. 우리 삶에도 가을이 옵니다. 풍성한 열매를 거두려면 빈자리를 가득 채워야 합니다. 빈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 계절에 마음에 빈자리를 만들게 되기 원합니다. 그래서 이제껏 함께 앉지 못했던 이를 곁에 두고 기쁨을 나누게 되기 원합니다. 그 빈자리에 언젠가 예수님께서 오셔서 앉으실지 모릅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