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멜렉은 들판을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창 크는 아들 둘과 아내를 생각하면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나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웃들 중에 짐을 싸는 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인도해주신 곳입니다. 세상이 좀 어수선하기는 했어도 이처럼 독한 흉년은 처음이었습니다.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동네 이름도 베들레헴입니다. 히브리어로 ‘빵집’이란 뜻입니다. 빵집에 빵이, 아니 밀가루가 떨어졌습니다. 들판이 갈라지고 밀이 타들어가면서 엘리멜렉의 속도 타들어갔습니다.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땅, 모압으로 이주를 합니다. 영구히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흉년만 끝나면 돌아오리라 했습니다. 하지만 베들레헴의 흉년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모압 땅에서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장가들이고 그럭저럭 살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엘리멜렉은 뜻하지 않게 죽었습니다. 어쩌면 사고였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장가든 두 아들도, 추측컨대 어느해 돌던 전염병으로, 죽고 맙니다.

나오미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앞이 캄캄하다 못해 그냥 죽기를 바랐습니다. 그저 한 가지 위안은 두 며느리가 아직 함께 있다는 것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며느리들을 끼고 있는 것도 못할 짓이었습니다.

나오미는 베들레헴에 흉년이 잦아들었다는 소문을 듣고 귀향을 결심합니다. 며느리 오르바는 모압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죽기까지 함께 하겠다고 맹세한 룻만 동행했습니다.

다 망하고 완벽하게 거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흉년에 도망가지 않았다면 이처럼 비참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엘리멜렉이 판단 한 번 잘못해서 다 죽고 과부가 된 시어미와 며느리만 남아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빵 떨어진 빵집에 소망이 없었지만, 되돌아온 베들레헴에서 나오미는 며느리 룻을 재가시키고 마침내 그에게서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을 출산하는 기쁨으로 회복됩니다. 

돌아오면 됩니다. 돌이키면 됩니다. 하나님은 회복을 원하십니다. 변화를 원하십니다. 빵 좀 떨어졌다고 자리를 바꾸려고만 하면 받을 복도 고난으로 얼룩지게 됩니다. 고난도 기쁨도 다 하나님 은혜 안에 있는 일입니다. 

고난이 앞에 보여도 피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이기는 힘을 하나님께 구하며 살기 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