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사주의 딸인 부사장은 나라를 창피하게 하고,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인격이 따라주지 않는 졸부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회사 부사장이 일등석에 앉아 서비스가 잘못되었다고 승무원들을 무릎 꿇리고 욕하고 폭행하고 집어던지고 마침내 가던 비행기의 기수를 돌려 비행기에서 사무장을 내리게 했습니다.

그 부사장은 열네 시간쯤 걸린다는데 비행 내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와 권력에 취해 얼마나 흥분하며 날아갔을까요? 그 후에도 사건이 알려지자 그들은 변명과 덮어씌우기로 일관하고 있었고 급기야, 조사와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비행기에서 지상으로 쫓겨나 열두 시간 후에 같은 회사 비행기에 몸을 실어 귀국한 그 사무장은 어땠을까요? 어느 인터뷰에서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은 겪어 보지 않은 분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 치욕스런 상태에서 그 사무장은 뉴욕 공항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의 평소 성품이나 품행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큰 비행기의 사무장이라면 오랫동안의 경력에 부하직원도 있을 것이고 가족도 있고 자식들도 있고 살아가야 할 길이 멀 텐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때 그 사무장의 속은 어땠을까요? 더럽고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그냥 그렇게 치부하고 말았을까요? 부글부글 속이 끓지만 어쩌겠나 그저 내가 약자니까 참고 살자고 다짐했을까요? 

귀국후 병가를 내서 한동안 쉰다던데, 병이 나게도 생겼죠.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부사장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거랍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법을 어긴 거랍니다. 기장이 할 일을 했다고. 그렇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사무장은 그 비행기에서 내려 병가를 내고 집에 가 누울 때까지 그의 속은 어땠을까요?  누가 그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요?

부사장이야 사표내고도 얼마든지 먹고 살 거고, 까짓것 없는 것들의 저항정도로 치부해도 될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살아가야 할 길이 먼 그 사무장은 이 사건이 못내 삶에 가시지 않는 상처가 되어 있을 텐데,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살아온 삶의 모습이 어떻든지 간에 그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승무원의 당혹감과 수치심이 안타깝다”는 말은 조현아 부사장이 ‘라면상무’ 파동 때 했던 이야기랍니다. 그 안타까움이 왜 그 사무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지 안타깝습니다.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길 때 비로서 세상은 살만해집니다. 못난 권력, 턱없이 모자란 인격이 너무 많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당하는 사람들을 좌절 시킵니다. 그 사무장이 그 수치와 당혹 속에 용기를 내기를 빌어봅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