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성도님은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스스로 파란만장한 삶이라 여겼습니다. 오십 년 살아온 이야기를 다 쓰면 소설책 열 권은 넘는다고 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친정,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혹독한 시집살이에 모자라는 남편과 상식 밖의 남편 형제들, 상처 입은 자식들을 짐으로 지고 힘겨운 전쟁 치르듯 살았습니다. 

어느 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십자가를 졌습니다. 크지 않지만 힘이 좀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뻤습니다. 주님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이, 초라한 십자가이지만 주님 말씀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믿음을 드리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 벅차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말 꾀부리지 않고 십자가를 지고 걸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허리도 꺾어지고 고개도 절로 숙여져서 이제는 정말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고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한눈팔지 않아도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저절로 묵상이 되고 찬양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십자가를 지고 땅바닥을 보며 걷다가 작은 금덩어리를 보았습니다. A 성도님은 너무 기뻤습니다. 잠시 십자가를 내려놓고 쉬면서 금덩어리를 주워서 몇 번을 닦아보고 만져보다가 주님께 드렸습니다. 금덩어리를 드리고 나니 마음이 더 뿌듯했습니다. 주님도 무척 기뻐하시고 칭찬하셨습니다.

 다시 십자가를 지고 걸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땅바닥만 보고 가는데  주님께 드린 금덩어리가 눈에 밟혔습니다. 슬그머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괜히 주님께 드렸다는 생각이 죽순 자라듯이 속에서 고개를 들고 자더니 순식간에 자책으로 덮인 어둠의 숲이 되었습니다. 아 그걸 그냥 주머니에 넣고 갈 걸 왜 주님을 드렸지?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습니다. 십자가가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잠시 더 가는데 훨씬 더 큰 금덩어리를 보았습니다. 아니 이게 왜 내 눈에만 띄지? A 성도님은 얼른 다시 십자가를 내려놓고 금덩어리를 주웠습니다. 주변을 보니 다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느라 자신을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슬그머니 주머니에 금덩어리를 넣고 십자가를 내려놓았습니다.

A 성도님은 십자가를 내려놓고 허리를 펴고 땀을 닦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자리에 십자가를 두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더 이상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금덩어리 얻어서 가족들을 충분히 챙겨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십자가를 내려놓으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도 나왔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덕분에 땅에 떨어진 금덩어리도 주워서 하나는 주님께 드렸고, 조금 큰 것은 자기가 가졌으니 뭐 별로 죄책감도 없었습니다. 주님께도 할 도리를 다했고, 자신이 조금 더 큰 걸 가진 것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주웠으니까!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땅바닥에서 횡재를 해서 돌아섰지만 가족을 생각하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현명했습니다. 그동안 수고가 헛되지 않은 것 같았고 십자가는 거기까지만 져도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살만해져서 행복하고 십자가를 더 안져도 돼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A 성도님은, 다른 사람들이 십자가를 지고, 자신이 도중에 돌아온 곳에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길이 온통 순금으로 포장된 나라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아주 나중에.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