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2 19:47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신 전도사님이 계셨다. 이년 이 개월 동안 마흔을 넘긴 나이에 신학교를 다니면서 교회를 사랑하고, 성도들을 사랑하고, 특별히 교사와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 전도사님이었다.
교회는 이 년여 동안 전도사님께 예우를 다하려고 힘을 쏟고, 전도사님은 그보다 더 열심을 다해 섬겼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아니면 평일도 봉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예배가 있는 날은 성도들보다 먼저 나오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교회에 남아 마무리를 하면서 헌신했다.
사역을 한 지 일 년 육 개월 만에 담임목사가 바뀌고 나서는 담당사역인 교육뿐이 아니라 행정의 거의 전 분야를 도맡아 하다시피 했다.
전도사님은 목회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신학 석사 과정을 더 공부하고 싶어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귀국을 하게 되었다. 사임을 하고, 귀국을 하였다.
한 달에 천삼백 불을 사례비로 받았었다. 전도사님은 월요일 귀국을 하기 전 주일까지 사역을 감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일날 사례비를 받았다. 그리고 퇴직금도 받았다. 200불이었다. 그것도 감사했다. 끝까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묻고 불평했다. 비난하는 소리에 오히려 교회를 걱정하며 눈물을 쏟았다.
교회는 어렵단다. 어려울 것이다. 재정적으로 넉넉한 교회가 이 땅에 얼마나 많이 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이백 불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들을 위해, 그리고 나아가 교회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사역하던 동역자였다. 통상 기업의 개념으로라면 이년에 월급 두 달치는 상식이 아닌가. 빚을 내서라도 사람의 도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막일을 하던 스패니쉬 종업원에게도 그만 둘 때 한 두 주치 주급을 손에 더 쥐어주는 게 사람의 도리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십 년을 목회한 전임 담임목사의 밀린 생활비와 퇴직금에 대해 팔 개월이 넘게 아무 소리가 없는 교회였다.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는 이사한다고 일만 불을 해내라고 해서 이사를 했다. 모기지 붓고, 보험 드느라 허리를 졸라맸던 교회 버스를 모기지 다 붓고나니까 이제는 팔고, 기름이 조금 적게 든다며 미니밴을 사내라고 한다고 했다.
사람에게는 돈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에게는 물질보다 귀하게 여겨야 할 가치 있는 일이 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보다 더 높은 도덕기준을 갖고, 양심의 소리에 더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나는 조금 덜 먹어도 내가 해야 할 도리를 감당하는 것이 기독교인이지, 일단 내 불편 다 해소하고, 남의 형편을 돌보는 건 세상에서도 하급 양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퇴직금 이백 불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퇴직금 이백 불은 담임목사의 양심에 대한 성적표요, 교회 중직들의 책임감의 평가 점수이다. 이래서 교회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건 아닌가.
말씀은 우리에게 조금 불편하게 살라고 하지, 형편껏 누리고 살라고 하지 않는다. 내 몫을 덜어 사람 도리에 신경을 더 쓰는 것이 바른 신앙인의 삶의 태도이다. 남의 퇴직금 이백 불이 남의 일이 아니어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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