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국경지방이었지만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날 아람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 그 작은 마을을 유린했습니다. 겁에 질린 소녀의 앞에서 마을 일부 집이 불타기도 했고, 부모님들은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소녀와 몇몇 사람을 붙잡아 왔습니다. 붙잡혀 온 사람들은 아람사람들의 노예가 되었고, 소녀도 아람 땅에 권력자 집안의 하녀가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이 눈물짓는 날이었습니다. 엄마도 보고 싶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웠고 궁금했습니다. 어린 소녀의 마음에 아람사람들은 원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생각보다 안주인이 너그러운 편이어서 견딜만 했습니다.

잡혀온 집 주인은 아람 최고의 장수라고 했습니다. 무시로 왕과 대면하고 모든 사람들이 주인이 행차할 때 머리를 숙였습니다.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스라엘의 철천지원수였습니다. 

그 주인이 나병환자라는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병 때문에 왕이 근심하고, 온 나라가 걱정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기도 했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나병 때문에 가급적 바깥출입도 줄이고 있는 주인을 보면서 한때는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녀의 마음 한구석에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까짓 나병쯤이야 고국에 계신 엘리사 선지자 앞에서라면 아무것도 아닌데 하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주인마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스라엘에 가서 엘리사에게 기도를 한 번 받으면 금방 나을 거라고 했습니다. 주인마님이 그 말을 듣고 주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엘리사에게 갔던 주인은 정말 병이 나아서 돌아왔습니다. 깨끗해서 어린아이의 살처럼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깊은 상처를 준 원수였습니다. 인생을 망가뜨린 원수의 우두머리였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불쌍한 마음으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소녀의 용서는 믿음으로 엘리사를 소개하게 했고, 소녀의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진심으로 주인이 나병에서 낫기를 기도하게 했습니다. 성경에 소녀는 더 등장하지 않지만, 소녀는 평생 기쁨과 믿음으로 살았을 겁니다.

믿음은 용서를 통해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용서해서 기적을 보여줄 원수는 없습니까?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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