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1 13:03
버니스와 매진은 아이티 고아원의 9살 11살 고아소녀이다.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해서 자기 이름도 쓰지 못했다.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아이들의 형편을 들은 분이 아이들 학비를 지원해서 두 아이를 포함한 네 명의 고아들을 9월 학기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학교에 입학등록을 하고 교과서도 사고 교복까지 맞춰주었다. 그런데 9월 말에 갔을 때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었다. 신발이 없어서 못 갔단다.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다 준비해줬는데, 그래 신발이 없어서 못 보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그럼 이야기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원장을 닦아세우고는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히고 신발을 사러 시장에 갔다.
학교에 꼭 구두를 신고 가야 한다고 했다. 구두 한 켤레에 8 달러, 검정색 백팩 하나에 10 달러씩 주었다. 속옷도 필요하고, 교복에 색깔을 맞춘 양말도 필요하단다. 여자 아이들은 머리에 리본도 색을 맞춰야 하고 머리 장식으로 구슬도 달아야 한다고 했다. 모든 것을 다 구비하는데 한 아이 당 거의 오십 불 가까운 돈이 들었다.
교복을 입고 시장에서 산 양말에 구두를 신고 학교에 가니 학교에 올 때 여자아이들 머리에 리본을 해야 한다고 지적을 한다. 다음날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다시 보낼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원장에게도, 그리고 후원자에게도 미안했다.
학교 갈 준비를 완벽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두가 필요하고, 교복 색깔과 맞춘 양말과 머리 리본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 하나당 오십 불 정도라면 아이티에서는 어른 한 달 월급의 반인데, 고아원에서 아이들 학교에 보내려고 그런 돈을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아는 입장에서 참 미안했다.
팔 년을 아이티에 다녔다. 아이티 대지진을 겪고 또 오년을 넘게 다니면서 고아들을 먹이는 일에 힘을 쏟았다. 고아들 건강과 교육을 위해 돈을 모으고 식량을 공급하고, 학용품에, 칠판에, 영양제에 칫솔 치약과 샌달을 후원하고 콜레라 때문에 정수약도 공급했다.
아이티 사람들은 밥을 식용유 넣은 물에 한다. 식량을 공급할 때도 쌀만 사면 안 된다. 식용유에 콩에 옥수수에 설탕을 사주고 심지어 화장실 휴지도 공급했다. 아기들 분유에 연유에, 생선 통조림까지 공급한다.
그런데 아이들 학교에 보낸다면서 구두와 리본을 생각하지 못했다. 구두가 없어서, 개학날 학교에 가서 구경 한 번 하고, 구두 신고 오라는 말에 주저앉아 삼 주를 보낸 아이들 생각에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 교복을 입고, 양말을 사고, 구두를 샀을 때, 평소에 늘 슬픈 눈을 하던 버니스가 활짝 웃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 미소가 슬펐다. 미안했다. 좀 더 잘 알아보고, 아이들 자리에서 보았어야 했는데, 그저 잘 해주고 있다는 교만에 빠져 있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냥 만나서 쌀 한 포대 사주고, 힘내라고, 하나님께서 너희와 함께 하신다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너희에게 왔다고, 늘 그렇게 말만 했다. 힘내라고 말은 했지만, 힘이 되어 함께 아이들 자리에 서 있어주지 못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로만 힘을 내라고 하지 않으셨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와 같이 되셨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이시다. 사랑은 행동인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한다.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되어주는 것이 사랑인데, 그동안 헛사랑의 구호만 외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
사랑은 어렵다. 돕는 일은 참 어렵다. 제대로 도우려면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있어봐야 한다. 힘내라고 말하지 않고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게 사랑인데, 아직도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예수 닮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