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부자였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예수님 당시 유대사회에서 정치 종교적으로 최종의결 기구인 산헤드린 공회의 정회원 칠십 명 중 한 사람으로 율법에 능통하고 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한편으로는 성경 말씀대로 오실 메시아에 대한 기대를 품고 신실하게 기도하며 살던 사람이었는데, 산헤드린 공회 내에서도 비교적 온건파에 속했던 그는 같은 공회원인 니고데모와 가까이 지냈다.


요셉은 어느 날 니고데모로부터 나사렛 청년 예수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니고데모의 소개로 예수를 만난 이후 그는 자신의 신분상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라면 적어도 그 시대가 꼭 필요로 하는 하나님의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요셉이 니고데모처럼 드러내지 않고 예수를 마음에 두고 지낸지 오래지 않아서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유월절을 맞아 예수의 일행이 백성들의 요란한 환영을 받으며 예루살렘에 들어온 이후 일이 급하게 돌아가더니 마침내 유월절 전날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된 것이다. 다른 제자들처럼 요셉도 일주일 만에 예수가 그렇게 허망하게 십자가형을 받을 줄 몰랐다.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된 날 산헤드린 공회원인 요셉은 갈등했다.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 달린 대로 그냥 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수와 늘 동행하던 제자들은 다 달아나고 여자들 몇 몇 만 남았다. 평소 공회원으로 로마 총독 빌라도와 서로 교분이 있었던 그는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장례를 자청했다. 쉽게 이야기가 되어 허락을 받은 요셉은 예수의 시신을 나무 십자가에서 내리고 니고데모에게 연락을 하여 장례용 향품들을 가지고 오게 한 후, 자신을 위해 예루살렘 근처에 마련했던 동굴의 새 무덤에 예수를 안장한다. 예수의 장례는 신속하게 소리 없이 진행됐지만 삼일 후 예수는 부활하였고, 요셉은 산헤드린 공회와 제사장들로부터 예수의 시체를 도둑질한 혐의를 받았다. 전설에 의하면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산헤드린 공회에서 공회원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사십 년의 감옥살이를 했다고 한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 영국으로 건너갔다는 전설도 있다.


요셉은 분명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고난을 예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일로 인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추방되고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당할 것을 알았지만 요셉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예수를 장사지냈다. 평소 예수의 제자임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선택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길을 닦고 성경말씀을 이루게 했다. 이후 평생을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고난의 길을 걸어 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고,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자신이 의도했던 안 했던 부활하실 예수의 장례를 치른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일주일 후면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성금요일이다. 열흘 후면 기독교 핵심 절기인 부활절이다. 부활은 기독교 그 자체이며 핵심이다. 그러나 부활의 영광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이 있었기에 부활의 영광이 있다.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려면 고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자신이 지닌 모든 것, 사회 종교 정치 경제 가문 등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장례를 치렀다. 예수를 믿는 일은, 예수의 말씀대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일이다. 고난 가운데 기뻐하고 그 안에서도 감사하는 믿음이 참된 믿음의 본질이며 예수께서 본을 보이신 삶의 모습니다. 다음 주는 고난주간이다. 고난주간을 지나야 부활절이 온다. 고난을 통과해서 얻는 영광이라야 참된 가치를 지닌다. 예수 믿는 일에 고난도 따른다. 고난을 자청하며 헌신한 아리마대 사람 요셉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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