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눈에 보인다. 신앙이 영적인 활동이라고 해서 속마음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반만 맞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교회에서건 사찰에서건 회당에서건 어떤 종교 공동체에서건 겉만 종교적인 사람을 알아본다. 예배에 열심히 참석하고, 봉사에 남다르고 헌금도 많이 한다고 믿음이 참 좋으시네요라고 하는 건 그냥 하는 말이다.


향싼 종이에서 향내 나듯이, 진짜 믿음을 가진 사람은 겉으로도 그 믿음이 드러난다. 종교적인 행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서 향기로 드러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죽을병에 걸린 종을 고쳐달라고 했던 로마 백부장을 향해 이스라엘에서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다고 하셨다. 예수님의 눈에 그 백부장의 믿음이 드러나 보인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진짜 믿음과 가짜 믿음을 알아보는 영험한(?) 눈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은 그 사람이 진짜로 깊은 신앙심을 갖고 있는지 종교 울타리에서만 거룩한지 안다. 드러내놓고 말을 안 할 뿐이다. 늘 단정한 차림으로 종교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남을 배려하고, 열심히 봉사하는데 교회 밖에서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 어느 회사 직원을 전도한 적이 있다. 교회 출석을 권유하자 돌아온 답은, ‘우리 회사 부장이 장로라는데 그런 사람 때문에 교회 안 나간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중에 무서운 교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새벽예배 빠지지 않으면서 다른 교인 기도 안 한다고 흉보는 교인. 기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절대로 같은 성도를 용서하지 못하는 교인. 자신이 헌금한 액수를 남들이 알도록 밝혀야 하는 교인.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교회를 옮기는 교인. 비즈니스에 유리하다고 사람 많은 교회 찾는 교인. 목사 헐뜯는 일을 사명으로 아는 교인 등등. 하지만 사실은 목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 아프고 부끄럽다. 교회를 사유물로 생각하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목사. 돈 밝히고 여자문제 복잡한 목사. 자신의 명예를 위해 속이고 숨기고 부풀리는 목사. 마침내 하나님을 믿지 않는 목사가 많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돈다. 문제는 그걸 사람들이 다 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한다. 이민교회도 그렇다고 한다. 교회의 위기란 결국 사람이 안 모이는 것이다. 새로 믿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던 교인도 빠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왜 그렇게 됐을까? 나는 그 원인이 믿는 사람들이 믿음을 보여주는 일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앙공동체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상처를 받는다. 기독교식 용어로 시험에 든다. 교인들은 시험 든 사람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보고 하나님 믿냐? 하나님 보는 거지.” 그런데 그건 다 입에 발린 소리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아니라 같이 믿는 사람을 보면서 예수도 믿고 하나님도 믿고 신앙이 자란다. 더구나 초신자나 믿음이 연약한 사람은 더 그렇다. 안 믿는 사람들도 예수 믿는 사람들의 믿음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판단한다.


아이티 고아 후원자 중에는 우리가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알고도 후원은 하는데 예수는 안 믿는 분들도 있다. 좋은 일이라 후원은 하지만 가까이 지내는 이들을 보면서 예수는 안 믿겠다는 것이다. 예수 믿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진실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전히 부족한 인간성만 드러나서 전도도 막히고 교회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야고보 사도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며 행함으로 믿음을 보이라고 한다. 결국 죽은 믿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보여줄 것이 없는, 보여주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위선적인 신앙생활로 겉만 번지르르 하자는 것이 아니다. 보여줄 수 있는 신실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교회가 어려운 때에, 세상이 어지러운 때에, 믿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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