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아이티에 콜레라가 발생했다. 대지진의 참상을 겪은 지 9개월 만에 아직 지진 복구도 요원한 상태에서 전국으로 번진 콜레라로 3년 만에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구호와 선교단체가 철수하기도 한 당시 콜레라 사태 때 우리 팀은 정수 약과 의약품, 식량 공급을 위해 아이티에 들어갔다. 콜레라가 번졌기 때문에 구호의 손길이 더 필요했다. 콜레라는 그 후에도 산간 지방 등에 여전히 남아 비라도 오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생명을 위협하곤 한다. 

아이티는 해마다 허리케인, 홍수, 가뭄, 여러 전염병 등 질병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2014년에는 치쿤군야 바이러스가 번졌다.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질병으로 아이티의 많은 사람이 고생했고, 현지 선교사들도 여러 차례 감염되는 등 건강에 큰 위협이 되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에 유행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올해 1월 미국이 브라질을 포함한 13개 중남미 국가에 대해 여행자제 권고를 발표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깊은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주에는 미국 본토에서는 처음으로 뉴저지에서 온두라스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소두증 아이를 출산하여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아이티 선교지에서는 올여름 미주 한인 교회들의 단기 선교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여름 단기 선교 일정을 겨울로 미룬 곳도 있고, 아예 올해는 중남미 선교 전체를 취소한 교회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아이티 구호 사역을 펼치고 있는 처지에서 단기선교를 취소한 교회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오히려 성도들의 건강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다. 위험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단기선교를 감행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선교지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교회들이 통상 쓰는 말대로 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굳이 위험을 각오하고 가지 말라는 데 갈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세상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복음을 전하는 많은 크리스천으로 인해 변해 왔다. 오래도록 아이티에 거주하면서 그들을 사랑하며 사는 현지 선교사들도 있다. 선교단체와 NGO에서 파송된 수많은 젊은이와 중단기 선교사들도아이티에서 여전히 현지인들의 삶을 위해, 복음전파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티 사람들에게도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이 클수록 더 큰 위로와 도움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예수님께서는 뭐라고 하실까? 지카 바이러스가 위험하니 올해 여름 선교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하실까? 사랑이 많으신 주님으로서는 넉넉히 그러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교회가 먼저 복음 전파를 위해 선교를 결단했다면 성도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카 바이러스가 두려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올여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생명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하나님의 일이라 멈출 수 없다고 하는 성도가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선교 역사 가운데 평안한 선교는 없었다. 일단 집을 떠나 비행기를 타고 가난하고 환경이 열악한 나라로 가는 것 자체가 고난이다. 우리가 그 고난과 다름없는 선교나 구호활동에 힘을 쏟는 것은 그것이 예수님의 마지막 명령이기 때문이며, 성도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모르기는 해도 미국에서 일 년에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지카 바이러스에 걸리는 숫자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콜레라에 걸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심한 고생을 할 수도 있다.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회피하고 미룰 수는 없다.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뜨거운 여름 지카 바이러스로 찾는 이가 줄어서 더 외로워진 아이티 고아들 때문에 또 아이티를 다녀오고 다시 아이티에 갈 짐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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