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5 22:07
멕시코 해안에서 어느 노인이 방금 바닷물에 쓸려 해변으로 올라온 불가사리를 한 마리씩 바다에 던지고 있었다. 바닷가를 거닐던 젊은이가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불가사리들을 바다로 되돌려 보내고 있어요. 썰물에 해변으로 쓸려 올라온 불가사리들은 지금 바다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햇볕에 말라 죽고 말지요.” 젊은이가 다시 물었다. “이 멕시코 해안의 수백 개 해변에서 날마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죠. 매일같이 수많은 불가사리들이 파도에 휩쓸려 와 모래밭에서 말라 죽지요. 당신이 이런 일을 한다고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몸을 굽혀 불가사리를 한 마리 집어 바다 속으로 돌려보내면서 말했다. “지금 내가 던진 저 한 마리에게는 큰 차이가 있지요.”
아이티에 다시 왔다. 사흘 전 버니스와 매진, 두 여자 아이를 S 고아원에서 H 고아원으로 옮겼다. 먼저 있던 고아원은 현지인 원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마흔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다. 새로 옮긴 곳은 미주리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하여 운영하는 곳으로 여자아이들만 수용하고 있다.
아이티 고아들은 뛰지 않는다. 울지도 않는다. 기운 없고 쉬 배고파 뛰지 않고, 울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울지 않는다. 그런데 양껏 먹고, 오후 내내 여자아이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유일한 고아원이 H 고아원이다. 그곳으로 버니스와 매진을 옮긴 것이다.
두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울어 마음마저 상했던 기억이 깊은 상흔처럼 내게 남아 있다. 선한 눈매를 가진 두 아이는 마흔다섯 명의 고아들과 함께 뜨거운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산꼭대기 고아원에서 살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간 후에 만난 아이들은 처음으로 찾아온 외국인 손님 앞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했다. 아이에게 무슨 기도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한다고. 그 말도 안 되는 감사기도가 송곳이 되어 가슴을 찔렀다.
아이들 앞에서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며 이야기했다. ‘감사하다고 하지 말고 학교 보내달라고 기도해라.’ 나는 믿는다. 그날 밤 그 아이는 분명히 ‘하나님 학교에 보내주세요’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기도했다.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셨다. 두 여자 아이를 학교에 보내달라고 이메일을 보냈을 때 또래의 딸을 둔 분이 아이들을 힘이 닿는 대로 돕겠다고 금방 답을 주었다. 그렇게 우리 교육사역이 시작되었다.
공부는 하게 되었지만, 끊임없이 눈에 보이는 신체적 정신적 학대와 영양실조, 방치된 질병 때문에 속을 끓였다. 쌀을 보내도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고, 옷을 가져다주고 신발을 신겨주어도 아이들은 맨발이 일상이었다.
훨씬 더 나은 환경을 갖춘 H 고아원 원장에게 여자 아이 둘을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오케이라는 답을 들었을 때,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르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아이들을 옮길 준비를 해서 이번 주 초에 옮긴 것이다.
수십만 고아 중에서 겨우 두 명을 조금 더 환경이 나은 고아원으로 옮겼다. 그것이 이 아이티 땅에서 얼마나 큰일일까마는 적어도 두 아이에게는 진심 어린 감사기도가 되었을 것이다.
예수님도 이 땅에 오셨을 때, 모든 병자를 한꺼번에 고치지 않으셨다. 예수님도 이 땅에 계실 때, 모든 고아와 과부들을 한 번에 다 구제하지 않으셨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이렇게 걷다보면 우리가 소망하는 하나님 나라에 도달할 것이다. 아이티 고아들 생각에 새벽마다 엎드려 눈물을 쏟기 시작한 지 9년이 되었다. 그렇게 한 번에 한 걸음씩 걸어 여기까지 왔다. 큰돈 들여서 한 번에 뭔가를 이룰 힘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천천히 하나님 나라를 향해 함께 가는 것을 하나님도 기뻐하시리라고 믿는다.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고 기도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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