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30 19:28
지지난 주 수요일 ‘깊은뿌리마당’의 설교 제목은 ‘오래 참으십시오.’였습니다. 그날 저는 요즘 제가 참을 일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참을 일이 없다는 것은 참지 않고 성내며 산다는 것이 아닙니다. 잘 이긴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은 화날 일도 없고, 분한 일도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목사인 저는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교회와 성도와 연관되어 있는 삶을 삽니다. 그런데 참을 일도 없다는 것은 사실은 그만큼 목회가 행복하다는 반어법의 표현이기도 하지요. 달리 말하면 성도들 생각만 해도 그냥 신난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교회는 2013년 7월 첫주일인 7월 7일에 개척준비 첫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어른 9명, 아이들 3명이 리지필드의 어느 선교관을 빌려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2013년 9월 첫주일(9월 1일)을 우리의 교회설립주일로 삼았습니다. 10월에 올드타판으로 교회를 옮기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리지필드에서 시작하여 다섯 군데의 예배 장소를 옮겨 다니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불편을 참아가면서 그래도 기쁨으로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여러분 때문에 저는 참 행복하고 하나님께서도 분명 기뻐하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예배를 함께 드리는 분외에, 여전히 우리 교회를 모교회로, 자신의 교회로 여기는 분들도 몇 분 있는데 그래도 수적으로는 참 작은 공동체입니다. 부흥은 더디고 예배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왔습니다. 교회 설립 처음부터 지금까지 참 행복했습니다. 첫 예배를 드린 가정 중에 서울로 돌아간 가정도 있고, 집안 어른을 모시고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교회를 옮긴 가정도 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굴곡도 있었지만, 오늘 우리는 여전히 작은 공동체이면서, 여전히 행복한 교회로 자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동안 마음 써야할 일들이 왜 없었겠습니까만, 하나님께서는 심성이 약하고 부족한 저를 위해 늘 좋은 것으로, 늘 귀한 분들로 주변을 채워주셨습니다. 사람이 연약할 때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나듯이 저의 부족함이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진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하나님 은혜의 증거입니다.
교회를 통해 아이티 고아 사역을 이어가겠다는 우리교회의 개척 비전은 우리가 개척준비 예배를 드리는 동안에 어른 아홉 명 중에 다섯 명이 아이티에 다녀오는 것으로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담임목사로서 어려운 발걸음이지만 교우들의 성원과 기도에 힘입어 매년 적으면 대여섯 차례 많으면 여덟 차례씩 아이티 고아들을 도우러 아이티에 갈 수도 있었습니다. 성도 중에 여러분이 형편대로 아이티를 방문하고 후원하여 고아들의 삶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빛을 비추어주고 있습니다. 절기헌금 전액을 지역사회 장학금으로 쓰기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섬기는 교회로 자라가고 있습니다.
오늘 거창하게 설립5주년 감사 예배를 별도로 드리지 않지만, 우리 마음에 늘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삶으로 그 감사를 증명하기 원합니다. 예수를 믿는 것은 교회에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첫 개척부터 최소한으로 모이고 최대한으로 살자는 마음으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을 강조한 것이 우리 비전의 전부였습니다. 이제 그 비전 가운데 하나님의 꿈이 이루어지는 교회가 되기 원합니다. 크고 많은 것보다, 작고 적어도 사랑과 생명이 기둥이 되는 교회가 되기 위하여 천국에 이르도록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그렇게 계속 가기 원합니다.
오늘 귀한 주일예배의 자리에 함께 하는 여러분을 축복하며 사랑합니다.
교회설립 5년이 되는 주일날, 조항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