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을 다니며 방물장사를 하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길 표시가 없는 갈림길에 서게 되면 공중으로 막대기를 던져서 그 막대기가 가리키는 길로 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할머니는 갈림길에 서서 어떤 길로 가야할 지를 알려고 막대기를 공중에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한 번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막대기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광경을 보고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왜 그렇게 막대기를 여러 번 던지는 겁니까?"
그러자 할머니는 막대기를 주우며 대답했습니다.
"이 막대기가 지금까지 계속 오른쪽으로 가는 길만 가리키잖아. 그런데 난 지금 왼쪽으로 가고 싶거든요. 그 길이 휠씬 순탄해 보이잖아."
그리고는 할머니는 가고 싶어 하는 길을 막대기가 가리킬 때까지 계속해서 던지고 있었습니다.
기도하면서 갈 길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고, 이 길로 가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분명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그 길을 가지 않으려고 자신이 정한 길의 당위성을 하나님께 설명하려 합니다.
장황하게 변명하면서 원하는 곳으로 갑니다. 좋게 보이는 곳으로, 자신이 확신한 곳으로, 자신의 느낌이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시는 방향이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멈춰 서 있습니다.
기도했다고 합니다. 기도했는데 감동이 왔다고 합니다.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그냥 변명의 도구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방물장수 할머니의 막대기처럼 그냥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방패막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다가 실패하기도 합니다. 실패하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연단이라고 합니다. 훈련이라고 합니다.
말을 들어보면 다 하나님 뜻인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뜻입니다. 기도도 건성건성 했습니다. 그냥 듣고 싶은 말을 만들어서 들었다고 합니다. 듣고 싶은 말 때문에 기도하고, 마음에 드는 말 찾으려고 성경을 읽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뜻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 뜻이라고 합니다.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삿 21:25, 표준새번역)
하나님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내 뜻의 방패로 여겨서, 왕으로 모시지 않아서 내 뜻대로 합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