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도 아이티에서 재배한 쌀이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 쌀을 사서 공급했습니다.
아직 맛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포장에서
많은 아이티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듯했습니다.
오늘은 다섯 군데 고아원을 들려야 해서
차를 두 대로 나누어 짐을 실었습니다.
한 대는 우리 전문 운전기사 가스통이 운전을 하고
한 대는 탁 선교사님께서 직접 운전을 해주셨습니다.
백삼숙 선교사님의 ‘사랑의 고아원’
어제처럼 수퍼에 들려 탐피코 주스 14박스를 샀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백삼숙 선교사님의 ‘사랑의 고아원’에 들렸습니다.
백 선교사님은 마침 출타중이시고 신학생들이
한국말로 정중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쌀과 식품을 내려놓고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왔습니다.
백 목사님과는 몇 시간 후에 전화로 반가이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아픈 아이들, 학용품 없는 학교 – 브니엘 고아원
뚱뚱이 원장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둘리스 원장은
늘 그렇듯 화통한 목소리와 큰 제스처로 우리를 맞았습니다.
큰 아이들은 인근의 학교에 가고
작은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직접 공부를 가르칩니다.
쌀을 내려놓고 고아원을 둘러보니
큰 물통을 두 개나 지붕에 얹어놓고
담을 헐고 만든 초소 같은 건물에 유리창을 내고
물장사를 하려고 한답니다. 필터는 아주 작은 걸 붙여놓고.
생각은 그럴 듯한데 장사가 되려는지,
안전하기는 한지, 물은 먹을 수 있는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는 어린 아이들은 탁 선교사님이 보내신
빨간색 티셔츠를 교복으로 입고 책상에 앉아서
조악한 까만색 작은 보드에 글씨를 쓰고 있었습니다.
학용품이 모자라 노트 대신에 손바닥만한 종이에다
연필이 없어서 크레용 조각을 가지고 글씨도 씁니다.
학교를 못간 아이들 서넛이 눈에 띠었습니다.
열이 나고 아파서 못 갔답니다.
아파서 학교를 못가도 방에 누워 있지 못하고
나와서 앉아 있습니다.
브니엘 고아원은 외곽지역에 땅을 사고
고아원을 지어 이사를 할 예정이랍니다.
언제나 가게 될지 모르지만 꿈이 있어 좋습니다.
모자라는 학용품과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한 아이들이
힘을 내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도했습니다.
감사가 넘치는 샬롬 고아원
샬롬 고아원은 지난 8월에 갔을 때 정말 깨끗한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쟌 목사는 이제 정말 신실하게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를 가고, 여섯 명쯤의 아이들이 고아원에 있었습니다.
왜 학교를 안 갔냐고 했더니 교복도 없고 학비도 없답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 자리에서 약속을 하기 어려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쟌 목사는 우리가 쌀과 식품을 내려놓고 탐피코 주스를 내려놓자
메시 제시(Thank you Jesus)를 노래처럼 반복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여전히 장애를 가진 아이와 정박아인 고아아이가
그래도 아주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여서 기뻤습니다.
쟌 목사는 감사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가운데
매일 매일을 보냅니다. 그래도 공부할 수 있다면 소망이 있는데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을 보니 마음에 하지 못한 숙제처럼
부담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러브 고아원
쟌 목사의 “메시(Thank you), 메시” 인사를 뒤로 하고
근처에 있는 러브 고아원에 들렸습니다.
고아출신의 처녀 원장이 아이들 이십 여 명을 돌보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공부 중이었습니다. 외부에서 온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학용품이 없는 가운데서
세 개 반으로 나누어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공부하면서 눈이 마주친 아이들이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핫도그 하나를 제대로 못 먹던 아기들이었는데
빈 책상이지만 공부한다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참 잘 자라고 있다는 감사가 나왔습니다.
부엌에는 아침에 먹다 남은 옥수수 죽이 냄비에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여전히 식량이 없어 우리가 가져다 준 쌀과 식품들이
다시 원장과 고아들의 소망과 힘이 될 것입니다.
우물을 파서 펌푸를 달아준, 가브리엘 고아원
지난 9월에 왔을 때 우물을 파 준 가브리엘 고아원은
포토 프린스에서 한 시간쯤 거리의 과다부케 지역에 있습니다.
도미니카 가는 길로 가다가 시골 길로 들어서서
덜컹거리며 한 십여 분 가면 있습니다.
탁 선교사님께서 함석 슬레이트로 담을 둘러주시고
우리가 우물 사역팀에 외주를 줘서 펌푸 물을 달아주었습니다.
이제 여자 아이들이 큰 물통 들고
먼 길을 걸어 나가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가브리엘 원장은 열이 나고 아픈지 닷새가 되었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전에 못 보던 기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후 1시인데 학교 간 아이들이 올 시간이라면서
밥을 해서 그릇에 담아놓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주스 가루를 한 봉지씩 나눠주고
돌아오기 전에 탁 선교사님께서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자 학교에 갔던 아이들도 다 돌아왔습니다.
스물세 명의 아이들이 죽을 먹고 학교에 갔다가
이제 밥을 먹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식량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어서 감사하지만
아픈 아이들이 많은데 약은 부족하고
아이들 학용품은 끝없이 모자라서 안타까웠습니다.
하나님께서 그것도 채워주시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켄스코프 두 고아원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내일은 마더 데레사 아동병원을 방문합니다.
탁 선교사님께서 그곳에도 티셔츠와 식량을 나눌 것입니다.
가서 아기 환자들에게 밥 먹이고 와서 뉴저지로 돌아가려 합니다.
좋아지고 있고,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이티는 여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나라입니다.
고아원들이 오 년여 전 보다 환경도 나아지고
아이들 공부도 시키는 등 괜찮아지고 있지만
갈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십 년 혹은 이십 년.....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자주 아프고, 늘 배고프지만 점점 안정적으로 식량도 공급이 되고,
아주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있어서
고아들에게도 꿈이 생기고 아이티는 소망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주 더디지만 아이들은 자랍니다.
다섯 살쯤 되어 보여 나이를 물어보면 아홉 살이라고 하고
여덟 살 됐겠다 싶어 물어보면 열네 살이라는 아이들이
그래도 예수의 사랑 안에서 공급되는 식량에 의지하여
소망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쌀도 여전히 부족하고, 학용품도 턱없이 부족하고
선생님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에 그 사랑 안에서 조금씩 자라면서
마침내 사랑의 열매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신나는 심부름을 시켜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조항석 목사 드림